에세이 작성 시 AI에게 글을 쓰게 시키지 않는 이유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글은 단순히 글자들의 연속된 산출물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이 들어 있다. 생성형 AI도 글을 쓴다. 아니, 아주 잘 써 주고 문법을 틀리지도 않으며 요청한 분량에 맞게 써 준다. 하지만 AI가 써 준 글은 AI의 생각이다. 물론 AI와 충분히 논의를 하거나 나의 생각을 두서없이 전달한 다음에 내 생각을 잘 정리해서 작성해줘라고 하는 건, AI가 글을 작성했다고 보기 조금 어려운 영역이 있지만, AI가 글을 확장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것은 AI가 일부 글을 쓰므로 AI의 생각이 담겨 있다.
중요한 건, 에세이 글에서 나의 정리된 생각이나 어떠한 사고의 흐름이 그대로 드러나야 나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많은 개발자들이 겪었던 문제 중 하나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코딩을 하면서 클래스나 함수의 이름을 짓는 것부터 시작하여, git commit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도 개발자에게는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물론 나 역시 지난 다양한 개발 활동 중에 많은 문서들을 작성하고, 논문을 쓰고 했지만 글쓰기는 코딩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하나의 여담으로 삼성전자 근무 시, 우크라이나 연구소에 출장을 가서 그들이 코딩한 코드들을 자세히 볼 때 느낀 게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 개발자들은 2차 세계 대전 후에 러시아 핵물리학자 자녀들도 있을 정도로 머리가 좋고 개발 알고리즘도 잘 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코드를 보면 너무 많은 모듈명과 클래스명에 일명 소피아라는 이름이 많이 보였다. 우리로 따지면 코어 같은 역할을 하는 것들은 모두 소피아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소피아 성당1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모듈의 이름이 소피아이고, 각 모듈 내에서 하위 모듈 중 중요한 건 소피아이고, 그 안에서도 중요한 클래스 이름은 소피아인 것을 보았다. 개발자에게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끼게 해주는 출장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AI의 글쓰기 도움이 개발자에게는 너무나 큰 존재이다. 개발자는 이제까지 골치가 썩었던 문서 작성을 AI에게 맡길 수 있으니 큰 도움이다. 그래서 코드에 대한 문서화나 회의록 등 필요한 곳에서는 AI를 활용한 글쓰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에세이, 즉 사람의 생각을 담는 글에 있어서는 AI에게 글 작성을 시키면 그건 AI의 생각을 옮긴 것이지 나의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 최소한 아무리 두서가 없더라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AI에게 전달하여 정리하는 것까지 괜찮겠지만 최대한 글 자체는 사람이 써야지 에세이로서 가치가 있다. 하지만 AI가 단순한 오타나 문장의 오류뿐만 아니라, 생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제안들까지 해 주는 것은 좋다.
AI가 글을 작성한다는 것은 곧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이 점점 사라지거나, 말 그대로 생각 없이 행동하지 않기 위해 나는 에세이를 쓴다. 이게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고 다른 측면으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