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매일 우유롤 소비하는가, 와인을 숙성시키는가

2026년 7월 13일읽음 0

ChatGPT가 등장한 이후 사람들은 AI 시대 이전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매월 구독료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개발자는 코딩 에이전트 사용을 위한 보다 비싼 구독료, AI 모델에 대한 API 사용료, 클라우드 서버 비용, 데이터베이스 비용까지 추가로 지불한다. AI가 빠른 개발을 해준 덕분인지 개발자는 1개의 서비스만 수행하기 않고, 여러 개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합치면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이 비용을 아직은 기꺼이 지불한다.

AI가 코딩을 해 주고, 할 일에 대해 계획을 해 주고, 문서도 만들어 주고, 이미지도 만들어 주고, 조사도 대신 해주는 등 혼자서는 몇 시간이나 며칠이 걸릴 일을 단시간에 끝내 주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대 이전에는 디자이너, 번역가, 에디터 같은 각 분야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던 일도 이제는 대부분 잘 작성한 프롬프트와 각 분야의 적합한 AI 도구만 알면 대화 몇 번으로 어느 정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AI는 분명 생산성을 높였다. AI 활용을 많이 하지 않는 지인이 한 달에 AI에게 얼마를 지불하는지, 그 지불한 만큼의 가치를 하는지 나한테 물으면 이와 같이 답변을 한다.

내가 만약에 했으면 1~2주일 걸릴 일을 1일이면 끝이 나네요. 확실히 생산성이 좋아요.

그런데, 지인이 아래와 같이 물어 보면 나는 확실하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 AI 적용으로 경제적 수입이 얼마나 늘었나요? AI 비용의 몇 배나 되나요?

생산성은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가치 있는 결과를 완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가로 판단을 해야 했다. 나는 생각을 해 보았다. 1일 밖에 걸리지 않지만 꼭 필요한 1일을 AI에게 비용을 주면서 가치 있는 일을 했을까? 나는 AI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 AI에게 지불하는 돈과 시간이 나의 호기심에 대한 소비로 끝나는지, 아니면 미래의 자산으로 남을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보았다.

나는 AI를 이용해 매일 우유를 사 마시고 있는가, 아니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와인을 만들고 있는가.

우유처럼 소비되는 AI

우유는 배가 고플 때 마실 수도 있고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랑받는 상품이다. 하지만 오늘 생산된 우유가 내일 더 비싼 자산이 되는 건 아니다. 냉장고에 오래 보관한다고 가치가 높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져서 결국은 버려야 한다.

AI를 사용하는 많은 행동도 우유와 비슷하다. 오늘 이메일을 쓸 문장을 AI에게 작성해 달라고 하고,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고, 긴 글을 복사해 붙여 넣은 다음에 요약해 달라고 하고 인사이트를 마구 달라고 한다. 결과를 복사해서 사용하거나 빨리 읽은 뒤에는 대화창을 닫고 또 다른 무엇을 AI에게 해달라고 할지 찾는다.

AI에게 요청하여 바로 답변을 받아 처리하고 이해할 때는 분명 도움이 된다. 시간을 절약되는 것을 느끼고 업무를 쉽게 해결하여 세상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다음 주에 비슷한 문제나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다시 처음부터 AI에게 묻는다. 이전에 어떤 질문을 했는지, 어떤 답이 좋았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남아 있지 않다. 매번 새로운 대화가 시작하고 매번 비슷한 비용과 시간을 지불한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효율은 있지만, 축적이 없다. 이게 바로 우유처럼 소비되는 AI이다. 내일의 판단력이 향상은 안 되고 AI와 시간만 보내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소스 코드를 검토하고 아키텍처를 고민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나 UI/UX만을 AI에게 요청해 개선만 하는 횟수와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문제가 발생해도 어떤 문제가 있으니까 해결해 줘라라고만 AI에게 요청을 하고 어떤 문제였는지 이해는 줄어들고 기록으로도 남지 않는다. 기능은 늘어났지만 지식은 쌓이지 않았다. 코드는 늘어났지만 시스템은 더 복잡해졌다. 개발 속도는 빨라졌지만 이제는 AI 없이는 수정할 수 없는 제품이 되었다. 기능이 많고 코드가 복잡해져서 AI가 사용하는 토큰의 양이 더 많아짐에 따라 AI 사용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겉으로는 생산성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래의 유지보수 비용까지 앞당겨 가져와 버렸다.

와인은 기다린다고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와인은 우유와 다르다. 일부 와인은 좋은 환경에 있는 저장고에서 숙성될수록 맛과 향이 깊어진다. 희소성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 와인은 팔리지 않는 남는 재고가 아니라 숙성 중인 자산이 된다.

하지만 모든 와인이 오래된다고 가치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좋지 않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오래 둔다고 명품이 되지 않는다. 잘못된 온도와 습도에서 보관하면 숙성이 아니라 변질이 일어난다. 어떤 와인은 오래 보관하는 것보다 적절한 시기에 마시는 것이 낫다.

AI를 와인처럼 활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화 기록을 많이 쌓아 놓는다고 지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생성된 코드를 저장소에 계속 추가한다고 제품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AI에게 수천 번 질문했다고 해서 판단력이 자동으로 깊어지지 않는다.

축적은 단순한 저장이 아니다. 좋은 재료를 선별하고 불필요한 것은 버려야 하며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하여 결과를 검증하는 즉,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 행동을 더 좋게 만드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AI 시대의 와인은 대화 그 자체가 아니다.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원칙, 데이터, 시스템, 경험, 신뢰가 와인이다.

AI를 우유가 아니라 와인으로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은 답변보다 판단 기준을 남기는 것이다. 매번 AI에게 보고서를 써 달라고 요청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좋은 보고서의 구조, 필요한 데이터, 검증 항목, 금지 표현, 독자의 기대를 정리해 템플릿으로 만든다. 매번 이메일을 써 달라고 하기보다 상황별 표현, 조직의 말투, 승인 절차를 정리하는 것이다. 즉, AI에게서 답을 더 받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는 더 적은 질문으로 더 나은 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다시, 좋은 와인은 좋은 재료를 선택하고 불순물을 걸러 내며 적절한 환경에서 관리하고 시간이 맛을 깊게 만들도록 기다렸다는데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AI의 결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은 판단과 더 강한 시스템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오늘의 질문이 내일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오늘의 실수가 다음 실수를 막는 체크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오늘의 코드가 다음 기능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오늘 AI에게 지불한 비용이 내일도 남아 있어야 한다. AI로 무엇을 빨리 만들 수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오래 남길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우유도 필요하다

모든 AI 사용을 축적되는 자산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우유도 필요하다. 간단한 번역, 일회성 질문, 답변 메일이나 메시지 작성, 여행 중 필요한 정보처럼 그 순간의 편리함만으로 충분한 일이 있다. 중요한 것은 우유로 끝나도 되는 일과 와인으로 숙성시켜야 하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한 번 쓰고 버려도 되는 일에는 빠르게 AI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반복해서 발생하는 문제, 중요한 의사결정,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될 지식, 사용자가 계속 남기는 데이터는 반드시 축적해야 한다. 반복되는 일인데오 매번 처음처럼 AI에게 묻고 있다면 그때 시스템으로 바꿀 기회가 있는 것이다. 우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와인이 될 재료를 발견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 AI는 매일 새로 사서 마시고 버리는 우유가 될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AI는 좋은 재료를 선별하고 오랜 시간 관리하여 가치가 높아지는 와인 저장고가 될것이다. 그 차이는 어떤 AI 모델을 사용했느냐에서 생기지 않는다.

AI를 사용하고 난 뒤 무엇을 남겼느냐에서 생긴다. AI의 답을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함께 지식, 데이터, 시스템을 숙성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AI가 나를 더 바쁘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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